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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분명한컨셉이 사람을 부른다
: Concept Church

“박 목사, 그동안 수고했어.”
“어휴.. 뭘요. 교수님께서 참 오랫동안 고생해 주셨습니다.”
긴 시간동안 그레이스 힐 처치의 디자인 작업이 진행되었다. 로고가 정해지고, 이웃초청잔치의 디자인이 완성되어 광고가 나가고, 교회 홈페이지가 정비되었다. 그리고, 지난 주, 기대했던 것 보다는 사람이 적었지만 그래도 잔치 기간 동안 교회의 분위기가 매우 북적북적했고, 결신한 신도들이 30여 명 가까이 나왔다. 무엇보다, 그레이스 힐 교회가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고 있다는 것이 대내외적으로 알려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
“박 목사, 이제 여세를 몰아서 다음 스텝을 밟아 보자고.”
“이제 성도들을 좀 더 잘 목양해야겠죠? 신년 계획을 좀 더 상세하게 잡아야 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그것도 중요한데 말야. 박 목사 혹시 ‘컨셉Concept’이라는 말 들어봤나?”
“에이, 교수님도 참, 제가 컨셉이라는 단어를 못 들어봤을까요? 요즘은 광고도 컨셉, 자동차나 옷도 컨셉, 못해 할인마트도 컨셉에 따라 가지 않습니까?”
“오호라. 정확한 의미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했지만 개념만은 100% 이해하고 있군! 좋네, 좋아.. 그럼 자네 교회의 컨셉은 무엇인가?”
“…….”
박원재 목사는 순간 딱히 떠오르는 말이 없었다. 머릿속에 몇 가지 스쳐지나가는 생각들이 있었으나, 한마디 말로 하기가 어려웠다. 담임목사님? 지역 친화적인 프로그램…? 글쎄… 뭐랄까, 한 단어로 쓰기에는 이런 것들이 약간 부족한 감이 있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질문이 생겼다.
“교수님, 교회를 한 컨셉으로 설명한다는 것이 어폐가 있지 않습니까? 교회는 전도, 봉사, 구제 등의 사역을 감당해야 하는데, 컨셉과 같은 상업적인 단어는 거부감이 드는데요?”
“예끼 이 사람! 그런 식으로 변명하지 말게나? 자네는 ‘윌로우크릭’하면 무엇이 생각나나?”
“그거야 당연히 윌로우크릭 커뮤니티 처치죠.”
“그럼, 그 교회에 대해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가?”
“하하, 말할 것도 없이, ‘구도자예배’ 아니겠습니까?”
“맞네. 그것이 바로 컨셉이라네. 그렇다고, 윌로우크릭교회가 다른 사역들을 허술하게 하고 있는가? 아닐세. 내가 알기로는 다른 많은 사역들도 충분히 잘 해내고 있고, 오히려 많은 교회들에게 본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죠….”
박 목사는 다시 할 말이 없어졌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 교회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박 목사님. 너무 속상해는 말게나. 하나님께서 큰 교회와 작은 교회에 각각 감당시키시는 사명이 있다고 생각한다네. 그런데 말일세. 어느 교회는 영영 작게 가고, 어느 교회는 처음부터 크게 가고는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만…….”
“교수님, 컨셉을 우리 교회에 적용한다면 어떻게 적용해 볼 수 있을까요?”
“좋은 질문이네. 박목사. 자네 교회는 어떤 사람들을 위한 교회가 되고 싶나?”
“네?”
“윌로우크릭교회는 구도에 관심이 있는 불신자들을 위한 교회가 되고 싶다는 분명한 목표가 있었다네. 그것이 바로 컨셉을 만든 것이지. 물론 교회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곳이네. 하지만, 사람들의 넓은 관심과 계층을 단 하나의 교회가 커버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지. 교회가 속한 여러 교단들을 생각해 보게나. 한분이신 아버님을 모시는데, 왜 그렇게 여러 교단이 필요할까? 그것은 바로 부족한 사람들의 모양에 맞춰주신 하나님의 배려가 아닐까? 다시 돌아와서 말이네. 자네 교회는 어떤 사람들을 위해 가장 중요한 사역을 감당하고 싶은가? 그것이 특정 계층, 예를 들어 히스페닉과 같은 특정 인종이나 장애인일 경우는 보다 확실한 컨셉이 잡힐 것이네. 반면 지역사회에 기반한 교회가 되고 싶은 때는 좀 더 광범위한 목표 설정이 필요할 것이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말일세. 어떤 사람들을 위한 사역을 펼치고자 하는 컨셉추얼한 의지가 있을 때, 교회의 인지도가 확실하게 상승한다네. 진심으로 지역사회를 위한 교회가 되겠다고 생각해 보세. 아마도, 교회의 많은 프로그램이 지역을 위해 재편될 것이네. 교회의 본당과 교육관이 지역 행사를 위해 오픈될 것이고, 지역 내의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생길 것이네. 또, 카페를 열어도 성도들이 와서 시간을 보내는 곳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활발하게 이용하는 곳이 될 것이네.”
“와~ 상상만 해도 멋진데요? 지역주민들이 내집처럼 드나드는 교회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휴…, 그런데 교회의 나이많은 장로님들께서 과연 그런 분위기가 되도록 허락해 주실까요? 그렇지 않아도 하나님의 성전에 시정잡배가 다닌다고 불호령을 내리시던데….”
“자네는 장로님이 더 위인가? 예수님께서 더 위인가?”
“그거야 물론 예수님이죠.”
“한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고 하신 말씀을 어찌 흘려들을 수 있겠는가?”

사람들의 마음속에 닻을 내리는 것은 바로 컨셉이다. 물건이나 프로그램, 기능과 사람들은 그 다음이다. 컨셉은 일반 사회에서 다양한 상품과 기업의 운명으 좌우한다. 최근 많은 인기를 끌었던 LG의 CYON 핸드폰, 일명 ‘초코렛폰’을 생각해 보자. ‘초콜렛폰’이라는 분명한 컨셉이 사람들을 호기심과 동경, 구매로 이끌었다.
우리가 경외감을 갖는 모든 것들은 분명한 컨셉이 있다. 코카콜라나 나이키와 같은 브랜드, 트롬이나 프랭클린 플래너와 같은 제품, SK 텔레콤이나 구글과 같은 서비스 또한 우리가 잘 아는 교회나 목사님들도 분명하고 지속적인 컨셉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아이덴티티라는 말로도 다르게 설명될 수 있는데, 약간 차이점이 있다면 컨셉은 우리가 만들어서 가꾸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컨셉이라는 것은 우리가 그려내고자 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21세기 교회는 큰 교회와 작은 교회 모두 분명한 컨셉을 가진 교회만이 생존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하나님께서 세우신 교회에 감히 ‘생존’이라는 단어를 붙인다는 것이 자칫 경망스러워 보일 수도 있으나, 교회를 하나의 유기체로 본다면 오랫동안 자생하지 못하는 교회는 열매를 맺지 못해 책망받은 무화과나무와 같을 수도 있다.

컨셉은 그 교회가 되고자 하는 미래를 하나의 단어로 표현한 것이다. 컨셉은 그 교회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설명이다. 컨셉은 그 교회가 꿈꾸는 것들을 정리한 것이다. 꿈이 아주 커도 좋다. 다만 그 큰 꿈을 통째로 허황되게 두는 것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것들 순서로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하나씩 실천해 나가고, 이웃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당신의 교회는 어떤 사람들을 위한 교회가 되길 원하는가? 어린이, 어른, 평신도, 사역자, 담임 목사, 부목사 모두에게 하나님께서 지금 동일한 질문을 던지고 계심을 느낄 수 있고, 거기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면 분명 그 교회가 자연스럽게 성장해 나가는 교회가 될 것이다. 단순한 외형적인 성장이 아니라 내면이 충실하게 채워지는 축복받는 교회로.

일독을 권하는 책
『좋은 컨셉은 어떻게 만들어 지는가』 HR인스티튜트, 도서출판 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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